TYPE

ABCD
abcd

아마도 문자 시스템의 구조를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읽기 쉬운 기호들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그 기본 구조에 대해 의식하기 어렵다. 어쩌면 우리가 메시지를 쓰거나 받을 때 창의적인 예술의 기본요소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인에게 글자는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기능과는 별개로 순수하게 형태적 관점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이것은 레터링*과 글꼴을 다루는 결정적인 사람들의 책임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lettering.
글자를 만드는 모든 행위. 원래 글자를 쓴다는 의미지만, 디자인에서는 조형적인 미를 고려해 글자를 쓰는 일을 가리킨다. 레터링에는 이미 만들어진 서체를 정확하게 옮기거나 가독성이 높은 글자를 조화있게 쓰는 기술, 그리고 아주 새로운 독특한 글자를 창안하는 일들이 모두 포함된다.


『한글 글꼴 용어사전』 박병천.
세종대왕기념사업회.2011

문자는 모든 타이포그래피 작업의 밑바탕 이다. 문자는 20세기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세기를 거치면서 빚어져 우리에게 전해졌고 또 훌륭한 상태로 다음 세대에게 넘겨줘야 할 문화유산이다. 현재의 문자는 여러가지 어긋남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졌다. 타이포그래퍼는 그 발달의 흔적을 따라 문제점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어느정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인류는 말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옮기는 것에 매료돼 왔다. 그러나 인쇄술이 발명 되고 읽고자 하는 욕망이 더해지면서 기능과 형태 사이의 관계는 복잡해졌다. 말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타이포그래피의 형태만이 웃자라다시피 한 시대도 있었다. 바로크 시대의 책 표제지나 바우 하우스 시대의 구성주의 타이포그래피가 그 예다. 또 한편으로는 괴테나 쉴러의 초판본 처럼 가독성을 고려한 나머지 형태에 소홀 했던 시대도 있었다.

아르민 호프만, 『그래픽 디자인 매뉴얼』
에밀 루더, 『타이포그래피』 일부 발췌